풍댕이와 하늘소
풍댕이와 하늘소가 밤마실을 나왔다. 낮에는 시끄럽고 환하고 밝아서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밤이 되니 한결 시원하고 분위기가 좋다. 마실은 밤마실이 제격이다
벗나무 가지에 조명으로 메어 놓은 전등이 꽃처럼 느껴 진다. 두 송이의 꽃이다. 풍댕이와 하늘소는 연인이다. 생김도 고향도 자란 환경도 다르지만 서로 공생
하며 살아간다. 이 벗나무는 풍댕이가 먼저 발견 하였다. 풍댕이는 놀이를 좋아한다. 조금 마음에 안 드는 구석이 있긴 하지만 하늘소와 잘 지낸다.
하늘소도 이런 사정을 알기라도 하는지 풍댕이 잔소리도 묵묵히 받아 넘긴다. 근데 오늘은 이상하다. 하늘소가 영 심드렁하다. 평소 즐겨 보던 달구경도 마다하고
혼자 나뭇잎 뒤에 웅크리고 앉아 궁색을 떤다. 하늘소 마음을 전환해 보려고 풍댕이가 날개로 연주를 해 보아도 하늘소는 여전하다. 하기사 하늘소 고집은 외고집
이라 어찌 해 볼 도리도 없다. 풍댕이가 이쁘게 치장하고 길을 나선다. 읍내에 가는 길이다. 하늘소에게 깜짝 이벤트를 열 생각이다.
해 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