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8 소백산 비로봉)
칠월칠석
죽어서 저승에 갔다. 뭐 천년만년 살것으로 착각하고 살던 인간이 너나 나나 모두 때가 되면 아쉽지만 세상을 하직하고 저승길을 오른다. 저승이 있다고도 할 수
없지만 저승이 없다고도 할 수 없음이니 이럴때는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고 좀 어정쩡한 양다리가 제격이다. 오늘이 음력으로 7월7일 칠월칠석이다. 칠월칠석
은 중국의 '제해기(薺諧記)'에 나온다. 천국의 목동인 견우와 옥황상제의 손녀인 직녀가 결혼을 하였다.
이들이 결혼한 뒤 게으름만 피우자 옥황상제가 크게 노하여 견우는 은하수의 동쪽에, 직녀는 은하수의 서쪽에 살게 하였다. 견우 직녀는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가슴만 태우고 살아야 하였다. 이때 견우와 직녀의 슬픈 사연을 안 까마귀와 까치가 하늘에다 오작교를 놓아 주었다. 칠월칠석이 되면 오작교에서 견우와 직녀가
1년에 한 번 만나 서로의 정을 나눈다. 여름 밤하늘을 보면 은하수를 가운데 두고 견우성과 직녀성이 마주하고 있다.
여름날 산봉우리에 핀 하얀 꽃으로 아름다운 꽃비녀를 만들어 우리딸 면사포에 꽂아 주고 싶다. 진흙탕 뻘에서 자라는 연이 힘겹고 더러운 곳에서 자라지만 한
송이 연꽃을 피우듯이 멀고 험한 길을 걷고 걸어 수풀을 헤치고 강물을 건너 산넘고 물건너 왔음이다. 죽어서 저승에 가 보니 여태 제가 잘나서 잘 먹고 잘 살았
는 줄 알았는데 아니다. 저승 감나무 아래서 주야장천 찬물 떠 놓고 두손이 닳도록 우리 자손 잘 되게 하여 주시라고 빌고 비는 조상님이 계셨다.
축원하고 축원하는 조상님의 기도가 하늘을 감동시켜 옥황상제께서 불쌍히 여겨 보살펴 주었음이다. 이 세상에서 살아감이 80년이라면 저승에서는 단 8일에
불과한 시간이다. 저승에서의 시간은 무궁하다. 꼴랑 8일을 잘 살기 위하여 남을 험담하고 모함하고 짓 밟고 온갖 모략 권모술수를 부렸으니 어리석은 인간이라
아니 할 수 없음이다. 권불십년은 놓아 두고서라도 인생 일장춘몽이니 부지런히 공덕을 베풀어 험한 저승길을 잘 닦아야 한다.
아닌 것을 얻으려고 하지 말고, 주지 않는 것을 탐하지도 말라. 내 것이 귀하듯 남의 것도 귀함이니 마땅히 존중하라. 산을 오르고 내림이 힘이 들듯이 인생길
오르고 내림도 힘이 들지니 너무 어려워 말 것이다. 멀리 있는 천국을 그리워 하지 말고 가까이 있는 내 집에다 천국을 지어봄이 어떠하랴? 빗물이 숭숭 들어오고
벌레가 기어다니는 오두막 초가도 말끔히 쓸고 닦아 놓으니 고대광실 구중궁궐 부럽지 않도다.
시와인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