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제석봉의 낙조)
여행자의 길
여행자의 길은 멀고도 험하였다. 찬바람 부는 산상에서 지는 해를 바라 보노라니 먹먹한 가슴이 저미어 온다. 작은 몸둥아리로 부지런히 산으로 산으로 허공으로
한줄기 해오름을 부여 잡고 살아온 날들이다. 어언 60년 세월! 이제 저 지는 노을을 바라보며 나를 바라본다. 구르는 바퀴는 그 끝이 없도다. 구르고 굴러 이제
바퀴가 없이도 저절로 구른다. 꽁꽁 얼어붙은 동토 저편 너머로 붉은 노을 한가득이어라
그래서 그랬던 것일까? 쉬이 웃지 않았음이, 웃어도 한쪽 구석에 남겨놓은 미완성의 그림자를 둔 까닭이. 여보게 친구야 도시락 식기전에 들게나 삶은 그 누구의
것도 아니라네. 삶은 오롯이 그대 것이니 소찬이나마 마다 말고 들어 보게나. 억만년전에 뿌려지고 천만년전에 이어온 여행자의 길 탓이지 어찌 그대 탓이랴?
아무걱정 말고 쉬어 가려므나. 오늘 그대가 가는 여행자의 길은 쉼의 길이라네 !
해 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