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은 좋은 날이다. 비오는 날은 좋은 날이다. 그 어느 여름날 장대비가 황토물이 되어 큰담 또랑을 질척이던 때 아버지와 족대 들고 물고기 잡으러 가서 양동이속 물고기 보며 즐거워하던 비오는 날 비오는 날은 좋은 날이다. 토닥토닥 비오는 소리 들으며 쇠죽 끓이는 가마솥에 넣어둔 달걀이 익어가는 소리 들으며 가마솥 부지깽이가 가벼워지던 비오는 날 비오는 날은 좋은 날이다. 밤이 찾아오면 앞밭에서 뛰어 놀다 젖은 옷 말리려고 뽕나무가지 주워다가 모닥불 피워 놓고 밤새도록 이야기하던 비오는 날. 비오는 날은 좋은 날이다. 일 나가시는 아저씨 아주머니 비와서 쉬는 날 마당에 오시는 방물장수 발자욱 소리 토담 사이로 떨어지는 빗소리는 농꾼에게 잠시 마음의 위로를 주는 비오는 날 비오는 날은 좋은 날이다. 수승대 옛 추억이 떠오르는 비오는 날 다갈색 진한 커피향이 좋은 날 아랫채 사랑방에서 낮잠자기 좋은 날 비오는 날은 좋은 날이다. 시와인드
(2014 황석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