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벼락에 붙은 나비 2017.8)
용심 (1)
오늘이 양력으로 8월20일...일요일이다...늦여름 무더위가 아직 가시지 않았나 하였는 데 며칠전부터 비가 오락가락이다. 오늘도 전국적으로 비는 내린다.
비오는 일요일 아침. 손수 만든 커피가 그런대로 향기가 좋다. 올해는 아직 태풍이 하나도 올라오지 않아서인지 예년과 같이 비피해는 없다. 그러나 태풍의
순기능을 생각한다면 마냥 좋다고 할 일도 아니다. 여름내내 어질어진 계곡이며 개울을 청소해 주는 청소부가 바로 태풍이기 때문이다.
오늘은 용심에 대하여 몇 줄 남기고자 한다. "우리 속담에 사촌이 논 사면 배 아프다"라는 말이 있다. 어쩌면 우리 인간의 본성을 솔직하게 나타낸 글귀이다.
남이 잘 되면, 친구가 잘 되면, 이웃이 잘 되면 박수치고 축하하는 문화보다는 어떻게든 끌어내리고 낮추어 보려는 후진성에 기인한다. 기억을 더듬고 우리
어머님말씀 자료를 보태어 이야기를 이어간다.
초등학교 4학년때 일이다. 습자지에 붓글씨로 몇자 적어서 제출하는 시간이 있었다. 지금도 글씨 못쓰기는 마찬가지 이지만 예전에 붓글씨로 정성껏 힘차게
써서 제출하였더니 선생님께서 잘 하였다고 무슨 상을 주셨다. 어린 마음에 상을 받고 기뻐서 집으로 돌아오는 진다리공굴(위천천을 가로지르는 긴 다리)
을 지나는 데 아 글쎄 이넘이 옆으로 다가와 하는 말이 "누가 써 조째" 이러는 것이다. 내 힘으로 쓰지 않고 누군가 대신 써주어서 제출하지 않았느냐?
하는 이야기다.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 생각해도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은 추억이다. 바로 용심이다. 사람이란 모름지기 어울려 살아야 한다. 유년시절에
많은 형제들 속에서 뒹굴고 흙 밟고 산에가서 나무도 하고 들에 가서 들일도 도우면서 자란 사람과 그저 온실속 화초처럼 오냐 오냐 네가 제일이라고
키운 사람과의 차이다. 세상을 보는 눈이 좁기 이를 데 없다. 이름하여 쫌뽀다.
나이가 환갑이 넘었건만 아직도 초등학교 시절 감투(급장)쓴 옛 생각에 친구를 친구로 대하지 못하고 낮추어 보려고 하는 무지몽매한 사고방식이다.
어머님 이야기다. 우리 어머님이 남의 이야기 잘 안하기로 유명하신 어른이지만 얼마나 마음이 상하셨으면 연세가 아흔을 바라보는 즈음에 자식에게
이런 말씀을 꺼내신다.
해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