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초의 참깨)


용심 (2)


어머님께서 어느 봄날 앞 또랑(개울)가에서 머구(머위)를 한웅큼 뜯어서 집으로 가져 오려고 하였다. 바로 이때 빈정거리기 좋아하는 빙산댁이 하는 말이

(빙산댁은 바로 용심남의 모친이다) "하이고 머구 그거 친애댁이 꺼대이" 번역하면 친애댁은 또랑(개울)을 담으로 있는 집의 택호다. 개울에서 자라난 머위지만

친애댁 담에서 벌어서 나온 것이니 주인이 친애댁 소유라는 말이다.


어머님이 하시는 말씀이 "와 또 용심이 나나. 또랑에 있는 머구 좀 뜯으믄 어때서 참 별꼴도 다 있내" 이런 대화다. 한번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 시험을

치르는 시즌이었다. 빙산댁이 우리 대문앞에 와서는 어머님 보고 "용심이는 대학에 부터따.. ***는 떨어저따미, 애이고 안부털 시험을 머하로 처" 참 가지가지

한다. 자식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하늘아래 어머니들이 모두 같은 마음이건만 수준이하의 인간성이다.


얼마전에 들은 이야기다. 어머님께서 동네 어느댁에 추어탕을 불 때서 맛있게 끓였다고 초대되어 가셨다. 이곳에는 여러 동네 아주머니들과 아저씨들이 오셨다.

관동댁, 도가댁, 국장댁, 무슨댁, 무슨댁...그 중에는 우리 아버님을 늘 형님 형님 하면서 따르던 웃말 용권(작고) 아재가 여럿이 모인 자리에서 우리 어머님께

말을 건넨다. "형수요. 형수는 올해 소원이 무엇이라요. 형수 소원이야 *** 진급하는거 아니겠어요" 이렇게 덕담을 건낸다.


이 소리를 듣고 있던 빙산댁이 톡 불거저 말을 받아 하는 말이 (아주 낭창한 소리로) "애이고.. 진급은 무슨 진급..진급할 머가 되야지..들어봉깨 너무 밑에서

일한다 카더마" 이런 싸가지...우리 어머님 단단히 화가 나셔서 "야 이 예편내야 뭐라꼬오 그래 항렬이 낮으면 내가 네 종이가 와 남의 아들 이야기에 끼어 들어

마음을 곱게 써야 자식이 잘 되능기라" ... "아주머이 나 이 밥 안 먹을라요" 하면서 집을 나서니 말을 꺼낸 웃말 용권 아재도 빙산댁에게 크게 화를 내고는


"나도 밥 안먹고 갈라요" 하며 어머니 뒤를 따라 나오고 온 동네 사람들이 빙산댁을 나무라며 "아이 우째 빙산댁은 남의 아들을 그리 말하요. 참 밸일이내"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빙산댁에 면박을 주었다. 빙산댁의 대화 내용으로 유추하여 보면 용심남과 빙산댁이 밥상머리에서 필자의 이야기중 "***이는 별 볼일

없다는 둥, 쫄병이라는 둥, 지까지끼 하는" 돼 먹지 못한 심보가 자리함을 알 수 있다. 출처도 근거도 없는 우월의식이다.


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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