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나는 네가 답답하고 너는 내가 답답하고 서로 답답이라. 부부란 서로 좋아서 만나 한평생을 지내자고 하였지만 대개는 서로 다른 톱니바퀴로 돌아가는 공동운명체다.
톱니바퀴가 서로 간격이 잘 맞아야 소리를 내지 않고 부드럽게 잘 돌아간다. 그러나 톱니가 서로 잘 맞지 않는 부분이 많을수록 잡음이 난다. 때로는 톱니 일부분이
망가지기도 하여 가슴앓이를 한다. 이것이 우리내 살아가는 대부분의 현실이다.
그렇다고 다른 톱니바퀴를 찾아서 가 보았자 그리 오래가지 못하여 또 다른 후회를 한다. 조물주가 애초에 잘 맞는 톱니바퀴를 만들어 놓지 않았다. 인간들이
희희낙락하고 거드름을 피우고 교만해하고 제 잘난체 하는 모습이 싫어서 서로 싸우도록 만들어 놓았다. 톱니바퀴가 원주율에 따라 일정한 간격으로 컴퓨터설계가
아닌 대충대충 눈대중으로 시공한 결과다. 그러니 찌그덕 찌그덕 소리가 나고 이빨빠진 톱니바퀴가 인간세상에 널리게 되었다.
맞을수가 없다. 성별이 다르고, 생체구조가 다르고, 성격이 다르고, 전공이 다르고, 직장이 다르고, 좋아하는 음식 취미 생활 모두모두 다르다. 같은점은 사람이라는
것 뿐이다. 사실은 억지로 억지로 참고 견디며 조금씩 조금씩 맞추어 가며 살아간다고 함이 솔직한 표현이다. 남들 앞이니까 자식 앞이니까 부모님 앞이니까
잘 맞는 톱니바퀴로 위장하고 살아간다. 한자로 夫婦라고 쓴다. 부부 글자까지도 같은 글자다. 물론 한자는 다르겠지만 음이 같은 부부다.
서로 지지 않겠다는 의미 아닐까? 지지 않으려고 하니 승자가 없다. 둘다 패자이다. 세상이 많이도 변하였다.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조선시대만 하더라도 남존여비
사상이 팽배하여 남녀칠세부동석이니 부부유별이니 하여 남녀간에 엄격함이 있었다. 그러나 현대는 가히 여성상위 시대를 넘어 문화 자체가 많이도 변하였다.
가치관도 바뀌고 정서도 바뀌고 의식도 바뀌었다. 답답함은 그냥 두면 병이 된다. 그 이상을 뛰어넘는 활기찬 여유가 필요하다.
해풍
(덕유산 주목 201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