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바우등 진달래 2014.4)
거꾸로 가는
남의 이목을 좀 끌려면 평범하거나 일상적인 일로는 되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 거꾸로 가는 시계가 나오더니 거꾸로 흐르는 물방아, 거꾸로 달리는
자동차, 인간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일명 거꾸로 가는 사회가 출현하였다. 무슨 무슨 파괴라고 하여 직급 파괴 연공서열 파괴 등등 파괴가 유행이다. 세상은
질서가 있어야 한다. 지구가 태양을 돌고 달이 지구를 돌아간다. 우주의 질서다.
어느날 갑자기 우주질서 파괴라고 하여 달이 태양을 돌고 지구가 달을 돈다면 한쪽에는 밤만 있고 한쪽에는 낮만 있다면 정상적인 세상이라고 할 수 있을까?
괘변중에 괘변이다. 삼십수년을 다닌 어느 직장인의 이야기다. 다른 부처는 승진도 쑥쑥 잘 되는데 이곳은 무슨 별천지인지 퇴직을 얼마 남겨 놓지 않고
팀장자리 겨우겨우 차지하는가 싶었다. 팀장이라고 해봐야 아무 권한도 없는 빈껍데기 팀장이다.
나이 환갑에 능참봉이라고 늙고 힘 없으니까 한자리 던져 준 것이 능참봉이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고? 능참봉 자리도 빼앗기고 말았으니 이번에는 무슨 자격
이 1급이거나 평가가 20% 안에 들어야 능참봉도 할 수 있게 규정이 바뀌었다고 한다. 공시를 하여 그럴듯하게 절차를 밟았으니 찍 소리 못하고 따라야 할 형편
이다. 연공서열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말이다. 객관성, 일관성, 형평성, 균형성이 그때그때 고무줄 잣대로 복불복이라면
듣기에 따라서는 능력 본위로 능참봉 자리를 준다하니 옳은 말이다. 그러나 간과하고 지나가는 일들이 많다. 사람의 능력이라 함은 수능1등급, 토익900점의
스펙도 중요하지만 경륜과 감성지수, 리더십, 등등 갖추어야 할 다양한 능력이 필요하다. 연공서열이 꼭 좋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오랜 생활에서 오는
대응능력, 경험에서 오는 판단능력 등 계량화하여 수치화 할 수 없는 인간성은 그 어떤 요소보다 값지다.
나이 들어 눈은 침침한데 뒤늦게 공부할 수도 없는 처지라 지난날 열정으로 동서남북 뛰어 다니던 젊은 시절은 공허한 추억일 뿐이다. 세상이 바뀌었다고
하니 순응 할 수 밖에 더 있겠는가? 중이 절이 싫으면 절을 떠나라고 한다. 그대들이 코흘리개 시절에 이 사람들은 진짜사나이 노래 부르며, 삽들고 곡괭이
들고 환경 정비하고, 논산훈련소에서 M1 소총 들고 눈물고개 훈련하며 최전방 철책선을 33개월씩이나 지키던 선배들 아니던가?
보석처럼 써야 할 자원을 그냥 뒷방 늙은이 취급하여 능참봉 자리마저 빼앗고 현관에서 오는 사람 가는 사람에게 인사하고 안내나 서라고 하니 그저 멍하니
부끄러울 뿐이다. 역지사지라.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사람 마음은 다 같은 마음이다.
해 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