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성 둔덕산)

의성


마늘의 고장 의성. 좌천에서 의성까지 무궁화호 열차로 세시간 남짓 거리다. 9시49분 출발 12시43분 도착 의성역에는 여느역 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여행

안내 간판이나 어떤 표식도 없다. 그냥 썰렁한 모습이다. 의성역 담벼락에 딱 붙어 있는 지구대와 역입구에 세워 놓은 순찰차 세대가 이색적이다.


안동을 가려다가 안동은 여러번 가 보았고 의성은 좀 생소한 곳이라 수박 겉 핧기 식이라도 가 보고 싶었다. 길 건너에 어느 정치인의 낙선 인사말이 눈에 띈다.

의성, 군위, 청송이 한 선거구다. 세곳 모두 참 좋은 고장이다는 생각이다. 생각은 생각일 뿐 의성은 낙후된 읍지역이다.


점심때가 되어서 식당을 찾았다. 의성에는 한우가 유명하다는 소리를 들어 의성 출신 지인에게 전화를 하여도 별 도움이 되질 못한다. 의성군청을 찾아 나선다.

관공서 부근이 아무래도 식당이 좀 있을것 같다는 생각에서다. 군청 인근에는 여타 다른 관공서도 함께 있는 전형적인 시골 읍내다.


어느 식당에 들어서니 평일 점심 시간임에도 손님이 한 사람도 보이질 않는다. 역시 시골이라 사람이 뜸하다. 한우를 주문 하였다. 참숯불구이는 고소한 맛이

나는 것이 일품이다. 둘레길 추천을 부탁하였더니 식사후에 직접 승용차로 목적지 입구까지 태워다 주신다. 의와 예의 고장다운 훈훈한 시골인심이다.


시간이 많지 않아 오늘은 의성 둔덕산이나 오른다. 의성 공설운동장 입구에서 시작하는 둔덕산은 그다지 높아 보이지는 않았다.

길이 평탄하고 주위에 아카시아 나무가 많이 있어 오르는 내내 아카시아 향기가 가시질 않는다. 산행이라기 보다는 둘레길 걷기 수준이다.


1.5km 지점까지 나아가다 부산가는 열차시간에 맞추어 되돌아 나온다. 18시6분 의성발 부산행 무궁화호 열차를 기다린다. 철로변 길다란 의자에 앉아 열차를

기다리는 시간...쪽머리 한 나이드신 아주머님이 보자기를 푼다. 보자기에는 약간의 채소가 담겨져 있었다.


채소가 무거워서 힘드니 채소 몇다발 팔아 주라고 한다. 정구지 한 다발, 가죽 한 다발, 푸성귀 한 다발 즉석에서 구입이다. 아주머님 "하이구 이제 가벼워 좋다"

라며 흡족한 웃음을 지으니 얼굴에 주름이 가득하다. 내 작은 마음으로 즐겁게 해 주었다고 생각하니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지어진다.


내려오는 기차는 답답하다. 사람이 많으니 꽤재재한 내음도 나고, 열차 시트도 오래되어 매케한 느낌이다. 열차 선로가 단선이라 중간중간에 신호대기로 서고,

교행하는 열차 때문에 서고 생각만큼 낭만적이지 못하고 고역이다. 어서 복선화가 완공되고 열차도 새 열차로 바뀌었으면 한다.


20시45분 좌천역이다. 좌천역은 사연이 있는 역이다. 오래전 그러니까 필자가 군생활을 마치고 울산에 거주하던 시절 이야기다. 어머님께서 좌천에 손두부를

만든다는 소식을 전하여 들으시고, 물건(손두부)을 하러 좌천까지 오시곤 하던 역이다. 열차가 멈추는 30여초의 짧은 시간에 두부를 담은


커다란 고무통 두개와 질통 두개를 번개 같이 안아 열차에 타시던  바로 그곳 좌천역이다. 좌천역 역시 예나 지금이나 낙후된 간이역 수준이다. 내일이 부처님

오신날이다. 필자에게 부처님은 바로 우리 어머님이시다. 마음이 짠해지는 어머님!


해 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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