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없는 해물탕
겨울 밤공기가 차다. 신도시라 아직 이렇다 할 식당이 별로 없는 정관이다. 식당들이 저녁이 되어도 손님이 없고 한산한 집이 대부분이다.
시내까지 가면 갔다 왔다 하는 불편한 교통편 때문에 정관에서 저녁을 먹기로 청한다. 정관은 인구가 7만을 넘은 신도시이지만 아직 식당이나
놀이공간 같은 부대시설이 열악한 지역이다. 식당만 하여도 대부분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뜨내기 식당들이다.
늘 가던 삽겹살집은 약간 식상하다. 이리저리 찾다가 개업한지 얼마 되지 않은 해물탕집을 찾았다. 추운 겨울날 따뜻한 국물있는 해물탕을 생각하며
들어선 해물탕집은 손님이 두 테이블 정도 있고 썰렁하다. 바닥은 장판을 펼쳐 깔아 놓았는데 난방이 들어 오지 않는다. 테이블의 불판은
무슨 생각에서 인지 숯불도 아니고, 이동식 가스 불판도 아니고, 전기불판이다. 식당에서 이런 전기불판 보기는 난생처음이다.
언제 개업 하였느냐고 하니 두어달 되었다고 한다. 기다리는 시간도 길다. 중간에 나오는 밑 반찬은 부실 그 자체다. 20여분 기다림 끝에 나온
해물탕은 먹지 못하는 질긴 조개가 대부분이다. 재료가 아마도 중국산이나 베트남산인가 보다. 여기다가 불판이 시원찮으니 해물탕이 죽탕이다.
맨 위에 올려 놓은 낙지는 어디서 수입하여 온 해물인지 생기가 없고 축 늘어져 있다. 한점 먹어 보니 완전 소가죽이다.
해물탕 국물은 조미료 범벅탕이다. 식당을 처음 하는 초보 식당이다. 그래도 그렇지 돈 받고 영업하는 식당에서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다.
해물탕 소자가 45,000원이면 그리 싸지도 않은 가격이다. 중간에 먹지 못하고 나온다. 어디 불우 이웃 돕기 하였다고 생각하고 미련 없이
식당문을 나오는 발길이 씁쓸하다.
해 풍
(2016.1 금정산 북문 가는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