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축산 산행기

 

10월9일 한글날이다. 금토일 3일 연휴지만 집안 행사를 앞두고 어디를 떠나기도 그렇고 가까운 근교산을 찾았다. 근래 산행다운 산행을 하지 못하고 이제서야 산을

오른다. 산행일지를 보니 영축산 이번이 다섯번째 산행이다. 작년 한글날도 영축산이다. 올 억새는 어떠할지 궁금하던 차에 올라 보기로 한다. 산행들머리 지산마을

출발 10시45분이다. 서너주 산행을 쉬어서인지 오르막길 힘듬은 여전하다.

 

올만에 흘리는 산행의 땀방울이라 즐겁다. 열발자욱 들었다 놓으니 어느새 영축산 정상이다. ㅎㅎㅎ 그동안 줄기차게 산을 오른탓에 축지법이 제법 몸에 익었음이리라

으랏차차 영축산 줄기타고 360도 휘휘 저어 돌아보니 아뿔싸 올 억새는 와 이리 엉망인고? 뭐가 피다 만 보리자루 같이 뛰엄뛰엄 산토끼 꼬랑지 마냥 볼품 없음이다.

ㅎㅎㅎㅎ 실망에 또 실망이도다. 억새도 해걸이를 한다고 하더니 그런가 보다.

 

오늘 코스는 영축산 정상에서 함박등으로 함박등에서 백운암을 지나 극락암으로 하산하는 코스다. 영축산 정상에는 휴일 산꾼들이 바글바글하다. 사진 찍기는 포기다

날도 별로 좋지 않구만 그래도 정상석 인증샷한다고 난리법석이다. 프로(?)는 이럴때 의젓하게 똥 폼 잡고 지나친다. ㅎㅎ 산 능선 부근에는 벌써 겨울이다. 단풍도

지나고 잎이 말라 비틀어져 볼품없는 아줌씨 엉덩이 같다. 산행을 볼거리에서만 찾는다면야 아마추어중에 아마추어......!

 

올때마다 다른 산은 올때마다 내가 다름이기도 하다. 오늘 나는 어제의 내가 아니기 때문이다. 눈에 익은 산그림을 지나치고 올라 온 봉곳한 봉우리 하나. 여기 무슨

봉우리 이름이라도 있지 않을까? 이리저리 둘러 보아도 아무 표식도 보이지 않는다. 앗차 그런데 이것이 무엇인고? 돌팍 사이에 가로세로 10센치 정도의 표지석이다

"함박등"...오늘 산행의 발견물이다. 기똥차다. 기발한 아이디어 "함박등"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위대한 발견이다.

 

백운암까지 0.7km...백운암에서 극락암까지 2.0km...생각보다 긴 하산길이다.... 극락암 공터에 쭈그리고 앉아 상슈님 승용차를 기다린다. 우리의 절친 상슈님의 배려로

지산마을 승용차 있는곳까지 직행하여 오늘 산행 마무리하니 시간은 오후 5시가 넘었다. 인생은 돌고 돈다. 세수 앞을 내다보면 지지 않는다는 바둑격언 처럼 오늘 당장

지금 당장 눈 앞의 작은 것에 너무 기운을 빼지 말아야 한다. 별의 별 인간군상들이 모여서 살아가는 세상 맵고 짜고 시고 턻고 달고 ! 

 

산행기를 쓸 수 있다는 것은 열정이 아직 남아 있는 까닭이요. 가야 할 길이 남아 있음이다. 이글을 쓸 수 있음에 만족하라. 사람은 나이가 들면 들수록 다양한 경험을

하고 살아 간다. 산을 조금 오르면 조금 보인다. 한고개 더 오르면 더 보인다. 작은 봉우리에 오르면 더 시야가 넓어진다. 우리내 사람들의 살아감도 같은 이치다.

세월이 흐를수록 점점 다양하게 보이고 넓게 보인다. 귀도 열리고 입도 열리고 눈도 뜨인다.

 

해 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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