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5 함양 서상 부전계곡)
어느날
어느날 착하고 좋은 사람이 살았습니다. 때가 되어 장가를 들고 아이들이 태어 났습니다. 먹고 살기 위하여 남들처럼 직장이라는 곳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세월이 많이 흘렀습니다. 세파에 시달리며 바람 불고 비 오고 태풍 치는 여름도 지나고 꽁꽁 언땅에 매서운 눈보라도 겪어야 했습니다. 즐거움 보다는
그저 그렇게 산 날이 더 많았습니다. 부끄럽고 겁많고 내성적인 성격에 잘 들어 내지도 못했습니다. 참 살아 가는 것은 어렵습니다. 본가도 처가도 외가도
내 세울 것 하나 없고 초라한 사람들입니다. 세상 살다보니 뭐 하나 마음대로 되는 것도 드뭅니다. 아내도 그렇고 자식도 그렇고 형제도 그렇고 이렇듯 불완전
속에서 또 다시 하루하루를 열어갑니다. 솔직한 자기고백을 하면 더 합니다. 인간세상에서 둘이 모이면 두가지 생각이 셋이 모이면 세가지 생각이 됩니다
물은 흐릅니다. 산골짜기에서 내려 오면서 구르고 처박힌 사연을 외치기라도 하듯이 요란하게 흐릅니다. 그러나 바다에 다다르면 조용합니다!
해 오 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