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고향에 대하여 생각하여 본다. 고향은 태어나 자란곳을 말한다. 사람의 언어나 습관, 친구는 어릴적에 형성된다. 말씨도 어릴적 말씨가 성인이 되어서도

변하지 않고 사투리도 그대로 쓴다. 그 사람의 억양만 들어도 경상도,충청도, 전라도, 강원도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고향에 대한 향수는 누구나 있다

고향이 시골인 사람, 고향이 도회지인 사람. 고향이 북녘땅인 사람. 고향이 수몰지구인 사람. 어른이 되면 고향을 그리워 한다. 대체로 고향이 시골인 사람은

도회지인 사람보다 더 감성적이다. 어릴때부터 자연 친화적으로 보고 듣고 배운 결과다. 도회지의 콘크리트 문화 속에서 인스턴트 식품과 가까이 하면서

성장한 사람보다는 개울에서 멱 감고 산에 가서 나무하며 흙밭에서 뛰어 놀며 자란 사람이 더 인간적이다.

 

우리나라 대중가요에도 고향에 대한 노래가 많이 있다. 설명절이나 추석명절에는 고향이 단골 메뉴다. 고향은 친숙한 풍경이다. 고향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전통적으로 집성촌이 많다. 고향에 가면 죽마고우가 있고, 어릴적 뛰어 놀던 추억이 있다. 또한 조상 대대로 내려온 선산이 있어 조상님의 숨결이 고스란히

베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고향이 동향이거나 부근이면 아무래도 더 반갑다. 같이 공유하는 폭이 넓음에서 오는 현상이다. 도회지에서 생활하다가 은퇴를

하고 늙으막에 귀향을 하는 사람도 많이 있다. 연어가 알을 낳으러 태어난 본류로 향하는 것처럼 죽을때는 고향을 향한다. 우리 인간의 본래 고향은 어머님

뱃속이다. 사람이 물을 좋아하고 비를 좋아하는 것도 어머니 뱃속의 양수 속에서 잉태되어 그렇다는 설이 있다. 가능한 설이다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뒤 가 보아도 고향은 낮 설지 않다. 고향은 친숙하다. 고향은 포근하다. 반대로 타지에 이방인이 되어 가면 어색하다. 물도 설고 모든것이

설다. 고향의봄 노래는 그래서 더 좋은지 모른다. 고향도 변한다. 예전에 보였던 할머니 할아버지의 모습이 조금씩 조금씩 사라지고 물가의 버드나무처럼

키가 쑥쑥 자라난 아이들을 보면 누군지 알아 보지 못함이다. 내 고향은 경상도땅 거창이다. 변변한 산업기반 시설이 없어 예나 지금이나 시골풍이 잘 보존되어

있는 고장이다. 투박한 사람들의 삶의 현장도 그렇고, 왁자지껄한 시골5일장도 그렇다. 예전보다 도로가 넓어지고 포장되고 없던 인터넷이 들어 오고

달라진 면도 많다. 오늘날 인심도 나빠지고, 시골에도 돈을 알게되어 팍팍한 인정 나눔이 전만 못하지만 그래도 삭막한 도회지보다는 정이 남아 있는고향이다

 

우리집은 종가집이다. 어느 가문이나 종가집이 있다. 12대 종가이다. 서기1659년부터 종가집이다. 355년이라는 장구한 세월이다. 안동이나 다른 양반동네처럼

우리마을도 크게 빠지지 않는 양반고을이다. 대게의 종택은 지손의 집보다 웅장하고 중심이다. 아쉽게도 우리집은 1917년(정사년)에 살던 종택에서 웃마을의

새집으로 이사를 가서 이듬해 대홍수가 났다. 이 홍수로 전답이 황폐화되고 집이 유실되었다. 수많은 서책과 대대로 이어 내려온 가보와 세간살이마저 홍수에

몽땅 떠내려 갔다. 이때 5대조 할아버님, 4대조 할머님, 3대조 할머님 세분이 줄 초상이 났으니 슬프고 슬픈 이야기다. 슬픈 이야기 후에는 모진 고생을 하신 후손

들의 이야기가 서려 있는 내 고향이다. 그래서 고향은 역사의 장이기도 하다, 아픈 종가의 역사를 딛고 가문 중흥의 새로운 장을 펼치려고 한다

 

1917년(정사년)에 수해가 났으니 2017년이면 100년이 된다. 그 질곡의 가족사에 종지부를 찍을 100년의 긴 시간이 종식을 고한다. 이제 새 역사를 창조할

준비를 하여야 한다. 서기 2017년(정유년)이 오면 환갑을 맞이 한다. 잃어버린 가훈을 되찾고 가문의 정기를 세워야 한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도 새벽이

오면 물러난다. 이제 여명이 다가오고 있음이다. 동이 트려 함이다. 어느 가문이나 흥망성쇠는 있을 것이다. 흥함의 새장 길함의 새장 100년을 새로이 출발하는

원년으로 만들 시간이다. 시관자복이라 가문의 가훈이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조용히 기다리련다. 환한 햇살이 비추이는 날을! 선조들의 얼을 되살릴 그 날을!

내고향 황산 들판 가운데 버티어 서 있는 500년 묵은 안정지나무는 알고 있을 것이다. 나고 지고 나고 지는 우리내 이야기를 !

 

해 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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