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무등산)

 

연설아 비온다

 

연설아 비온다. 빨래 걷어라. 지금은 도회지고 농촌이고 이런 소리 듣기 힘들다. 예전에는 긴 줄을 안마당에 쳐 놓고 빨래를 널기 때문에 여름철에 소나기라도

한줄기 내리면 "연설아 비온다. 빨래 걷어라" 하였다. 오늘처럼 비오는 날에는 솥뚜컹 뒤집어 놓고 장작불 피워서 애호박 따다가 호박전 부쳐 먹으면 제격이다.

 

술 좋아하는 연설이야 막걸리 한 잔 더하면 금상첨화라. 여기에 옥수수 꺽어다가 삶고, 햇감자 캐다가 장장숯불에 구워내고, 엊그제 담근 열무 물김치 국물삼아

먹노라면, 비야 오든가 말든가 우르릉 쾅쾅 뇌성 치는 소리에 옆에 앉은 연설이는 오빠야 하고 팔을 당겨주니 은근히 좋아라 한다 ..."연설아 오빠야 팔 떨어질라

좀 살살 하거라이 "

 

비오는 날 호박전에 막걸리 한 사발 마신 연설이의 얼굴이 장작불가라 볼그레하게 달아 오르니 부지깽이 반주에 에해라디야 에해라디야 "오빠야 오늘 호박전 와

이리 맛있노" 지지직 지지직 호박전 굽는 소리에 길 지나던 상슈, 님그림자, 그리움, 다람쥐 모두 모여드니 동네 사랑방 잔치가 되었다. 

 

"어서와 어서와 이리 앉아라이"

 

해 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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