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각사 2017.9)


영각사


정유년 구월의 끝날 남덕유산 자락 아래 영각사, 고개 숙인 햇살이 어깨위에 내려 앉아 황금색 나락 들판과 어울린다. 영각사 신라시대때 창건된 절이지만

그 장구한 세월만큼이나 세상풍파에 시달리다 그 어느날 난리통에 절은 불타고 인연이 있어 누군가 마음을 모아 영각사를 다시 세웠다.


흥망성쇠라 흥하고 망하고 성하고 쇠락하니 이 또한 자연의 이치다. 가는길도 오는길도 예전과 그 오고감이 많이도 바뀌어 그 진한 영화는 허공에 날아가고,

산에 오르는 사람들이 재미삼아 발걸음하는 절이다. 마당 입구에 수령이 꽤나 되어 보이는 노목이 여유롭다.


그래 세월이 흐르면 변하는 것을, 세월이 더 흐러면 잊혀지는 것을, 바보같은 인간들만 아우성이다. 오늘 합장 참배하는 영각사 화엄전에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절을 지키는 백구 두마리가 꼬리를 흔들며 다가온다. 높고 그윽한 지혜를 알 수 없는 중생은 다소곳이 절을 올린다.


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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