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보물
(2015.8 기장 정관 분수대)
우리집 보물
그렇게 이글이글 불타던 여름도 빗줄기에 한풀 꺽이고 조석으로는 제법 시원한 바람이 분다. 우리집에는 보물 세개가 있다. 첫번째 보물은 목부러진
선풍기다. 이사를 몇번 하였더니 선풍기 목이 부러져서 언제부터인가 뒷방 신세가 된 선풍기다. 그럼에도 더위를 많이 타는 집사람의 애장품이다. 목이
부러져서 조심해서 세워 놓아야 제대로 돌아간다. "으이구 선풍기 그 얼마나 한다꼬 하나 사이소" ... "아직 쓸만한데 뭔 소리요"...이러기를 여러번이다.
집사람이 외출 나간 틈을 타서 보기 싫은 목부러진 선풍기를 문간 입구에 쿡 박아 놓았다. 다음날 퇴근하여 집에 와 보니 목부러진 선풍기가 목을 똑바로
세우고 씽씽 돌아가고 있다. 집사람 주방에서 일하는 틈에 고개를 삐죽이 들어 보니 선풍기 목에 가느다란 철사줄이 둘러져 있다. 어디서 철사줄을 구해
다가 부러진 목에 칭칭 감아 똑바로 세워 놓았다. "그참 명이 질긴 넘이네" (속마음)... "날이 더운께 선풍기도 고개를 드네" ... "ㅎㅎ 그렇지요"
두번째 보물은 구식 브라운관 티브이다. 전세집에서 이사를 나오면서 버리라고 하였는데 새집까지 따라 온 티브이다. 구식이라 부피도 크고 맛이 갔는지
화면이 찌지직 거리고 예사로 펀득거리는 고물이다. 지난번 목부러진 선풍기를 교훈삼아 이번에는 아주 아파트 분리수거장에 몰래 버렸다. 버리고 나니
얼마나 속이 후련한지 내심 잘 했노라고 흐뭇해 하고 있는데...이번에는 퇴근하여 집에 온 딸래미가... "어! 테레비가 없다"... 이 소리에 집사람도 거든다.
"니 아부지가 버렸다 아이가"..."하이고 아빠도 참..그거 안에 금 들어 있어서 고물장수한테 비싼값에 팔면 되는데" 하면서 당장 다시 가져 오라고 호통이다.
할 수 없이 아파트 분리수거장에 가서 무거운 고물 티브이를 들고 오니 쓰레기 버리려고 나온 아주머니들이 의아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세번째 보물은
정수기다 딸래미가 경품으로 타온 정수기인데 필터가 없는 민자 정수기로 고장이 난지 오래라 자리만 차지하는 넘이다.
이 또한 버리라고 몇 번을 일렀건만 아직도 주방 한켠에 자리 잡고 있다. 이유는 정수기 회사에 주면 새걸로 교환해 준다는 이유다. 집사람은 정수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고 언제나 물을 끓여 먹어서 무용지물이다. 딸이 시집가면 가져가서 새걸로 바꿀터이니 그때까지 버리지 말아 달라고 한다. 우리집
세가지 보물 목부러진 선풍기, 구식 브라운관 티브이, 물 안나오는 정수기다!
시와인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