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축산 (4) 산행기
나의 200차 산행기
해운대 사는 사람은 해운대 바닷가를 잘 가지 않고, 빵집을 하는 사람은 빵에 무감각하다. 산골 출신인 사람은 산에 무감각하다. 지금으로부터 50여년 전으로 잠시 돌아가
본다. 1960대 시절 동서남북 사방이 모두 산으로 둘러 쌓인 산골이 내 고향이다. 그 시절 모두가 그러하였듯이 학교 마치고 집에 오면 부모님따라 집안일 이일 저일을 도우
며 우리는 자랐다. 학교 다녀오면 으례이 꼴망태 둘러메고 들에 가서 소먹일 꼴 한 망태는 기본으로 하여야 했다. 학교를 가지 않는 시간에는 소 먹이러 산으로 간다. 산에
가면 소고삐를 뿔에다 감거나 목에다 감아서 산골짜기에 방목을 한다
올망졸망한 또래 아이들은 해가 넘어 갈 때까지 놀이를 한다. 소를 먹이러 가지 않는 날에는 산에 가서 땔감용 나무를 해 오곤 하였다. 오전에 한 짐, 오후에 한 짐 지개를
지고 키보다 훨씬 높은 높이의 나무를 해 가지고 내려 오면, 얼굴이 파 묻혀 보이지 않고 나뭇짐만 기어 가는 형상이다. 도회지 출신인 사람들은 이런 생활이 요즘 동남아
어디 못 사는 나라 사람들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다. 우리의 60년대 시절 산골 이야기다. 산에 대하여 등산을 한다는 생각은 그로부터 수십년이 흐른 뒤에야 하게 되었다.
요즘 산행은 가장 접하기 쉽고 특별한 기술이 필요 없으며 누구나 할 수 있는 대중적인 여가 활동으로 활성화 되었다
주말이면 지하철 역세권이나 버스터미널, 역, 만남의 광장 등에 산행가는 사람들로 울긋불긋 수를 놓는다. 뭐든지 처음에는 조금은 체계적이지 못하고 중구남방식이다
필자의 산행은 2010년 5월 음력으로 4월초파일에 어느 직장 선배따라 간 산행이 시초이다. 시골 출신이기는 하지만 산에 대하여 백지인 상태에서 하는 산행이었다. 우리나
라 산악 동호인은 정식으로 가입한 회원 비회원 합쳐서 얼마나 될까? 물어보나 마나 엄청나게 많을 것이다. 산악회 카페만 하여도 수를 헤아릴 수 없음이다. 2010년5월부
터 2014년10월까지 200회의 산행을 하여 이제 200차 산행기를 쓴다
200차의 산행을 하면서 많은것을 얻었고 배웠다. 사람이 배우는 것은 여러가지 있지만 산행에서 몸으로 터득하고 배운것은 소중하고 값지다. 산은 그냥 오르면 되는것이
아니라 마음의 수양이 먼저다. 산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이상의 혜택을 우리에게 배풀어 준다. 200차 산행이면 200일을 산에서 보냈다는 이야기기다. 봄 여름 가을 겨울 4
계절 내내 산은 옷을 갈아 입는다. 같은 산이라도 갈 때마다 새로운 느낌을 주는 산은 무한 매력이 있다. 봄에는 형형색색 꽃천지가 되는곳이 바로 산이다. 진달래,개나리,
철쭉 온천지가 꽃밭이다. 인공미가 없는 자연미를 간직한 산의 천상화원에 올라 휴식을 취함은 무릉도원 자체이다
여름 그 무더운 한낮 가마솥 불볕더위 찜통더위가 연일 수은주를 올리면 산은 찬바람으로 계곡은 자연풍을 우리에게 선물한다. 회색빛 콘크리트 문화에 찌들어 숨도 쉬기
힘들고 헉헉대는 온갖 스트레스는 숲속의 향기에 온전히 가라 앉고 만다. 가을은 어떨까? 가을은 기온부터 하늘빛부터 사람들을 유혹한다. 가을에는 결혼식, 축제, 모임등
이 가장 많은 계절이고 보면 분명 1년중 가장 좋은 계절이다. 만산홍엽에 단풍은 높은 하늘 만큼이나 아름답다. 억새산행 단풍산행 같은 식사를 하여도 산에서 먹는 식사는
꿀맛이니 어찌 산을 마다 하리오. 겨울에는 호호 손을 불며 추위가 에이어 오고 광풍에 낙엽이 지는 계절이다
나무가 앙상한 가지만 남기고 겨울잠에 들어 갈 즈음이면. 겨울산은 하얀 눈으로 뒤 덮인다. 겨울에는 산행 비수기 아니냐고 하였다가 어느 산행대장님으로 부터 무슨 소
리냐고 너털웃음 지으며 하는 이야기에 머쓱하였다. 그렇다. 겨울산은 진정한 산꾼들의 시즌이다. 겨울 눈산행의 매력은 그 어느 시즌보다도 뛰어나다. 아이젠 쇠소리 내
며 오르는 겨울 설화 상고대 눈꽃 크리스탈 새하얌은 방한 장갑속의 기쁨을 혼자서 누리기에는 아쉽다. 산행은 육체적인 건강도 주지만 정신적인 건강도 가져다 준다.
몸과 마음은 따로가 아닌 동체이다. 몸이 건강하지 않은곳에 마음이 건강할리 없고 마음이 건강하지 않으면 몸 또한 마찬가지다
200차 산행을 하고 나니 나름대로 감회가 새롭다. 산행을 하면서 차수를 채우는데 의미을 부여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다녀온 산행을 정리하고 후일에 보면 그 또한 소중
한 추억이다. 산행을 하고 정리한 사진과 함께 틈틈이 쓴 산행기와 서툰글이지만 지은글이 필자에게는 의미있는 일기장이다. 산은 우리 모두의 귀중한 자연자산이다. 산행
을 하다보면 자기자신도 모르게 여유로워 진다. 산과 같이 자애로우며 넓고 깊은 품으로 넉넉함을 주는 아름다운 산에서 또 하루의 산행을 기약하면서 200차 산행을 자축
하고 싶다. 앞으로 얼마나 어떤 산행을 할지는 미지수다. 산에 오른 연륜만큼 보다 바른길 산행을 하려고 한다
자연을 자연 그대로 간직하고 보존하고 있는곳은 산과 바다이다. 200차 산행까지 함께 산행한 회원님들께 고마움의 뜻을 전하며 변함없이 산에 오르고자 한다. 인간은 자
연에서 태어나 자연으로 돌아가는 존재이다.
해 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