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의 부적
(2012 황매산)
어머님의 부적
어느날이다. 어머님께서 시골집 뒤안으로 손짓을 하여 갔더니 손에다 부적 하나를 쥐어 주신다. 무엇인지는 잘 몰라도 좋은것이 좋다고 어머님이 주신 지극정성
이 담긴 물건이라 지갑속 깊숙이 고이고이 가지고 다닌다. 그 부적이 오래되어 헤지고 빛이 바래 어머님께서는 부적 만드는 도인집에 형제들을 대리고 가신다.
형제들은 웃음으로 답한다. 어머님의 정성이 곧 부적이니 어머님 마음을 편하게 해 드리기 위해서라도 순응해야 한다
이윽고 경주 근방 어느 도인의 집 마당이다. 집마루에는 번호표를 받고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우주선이 달나라에 가는 현대에도 도인의 집이 문전
성시라 야릇한 마음까지 든다. 차례를 기다리니 안에서 집사격인 여인이 번호를 부른다. 문풍지 바른 한옥 문을 열고 들어가니 마른 체격에 칠팔십 되어 보이는
영감님이 얼굴을 쓰윽 보시고는 어머님께 한 말씀 하신다
"그래~ 별일 없었재" 우리 어머님 "예 별일 없음다" 아주 간단한 문진이다. 그리고는 손바닥 반절 크기의 한지를 꺼내어 붓으로 그림을 그리는지 조그만 부적을
그린다. 대여섯장을 그려서 어머님께 주면서 "이것은 네거리에 살라뿌고 이것은 큰아들 배게 밑에 넣어 주고, 이것은 작은아들 옷에 넣어 주고" 이리저리 시킨다.
진흙 물감으로 쓴 빨강 부적을 어머님께서 두손으로 받아 도인의 집을 나선다
우리 어머님의 표정이 너무나 평온해 보인다. 어머님의 정성이 곧 하늘의 정성이지 않겠는가? 얼마전에 어머님께 "어무이 요새는 도사님한테 안가능교오?" 우리
어머님 말씀이 "도사님이 돌아가시고 엄따 아이가"..... "그라믄 우야능교?" "게안타 인자는 내가 도사님 아이가~ 마 그 안가도 게안응깨 염려 놓거라이" 어머님의
말씀이 곧 하늘의 말씀이다
바다보다 넓고 하늘보다 높은 어머님 마음...일구월심 자식사랑 어머님 은혜이리라!
해 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