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고수 (1편)
(2013 지리산)
무림고수
여기는 무림고수의 세계다. 천하에 내 놓으라 하는 고수가 다 모였으니 이 넘들의 우열을 가리기도 여간 어렵지가 않다. 그 옛날 학교 다니던 시절 이불밑에서 몰래 보던
무협지속의 주인공은 어찌나 신출기몰하고 용맹하던지 우리의 우상이 되었다. 고수는 고수를 알아 본다. 그러나 하수는 고수를 알아 보지 못한다. 고수는 무립에서만 존재
하지 않고 우리 주변에서도 많이 있다. 그대는 고수인가? 아니면 하수인가?
고수는 천지조화를 부려 비를 뿌리고 손 하나로 장풍을 만들어 아름드리 나무를 젓가락 부르뜨리듯 한다. 하수는 그 눈빛만 보아도 꼬랑지를 내리고 걸음아 날 살려라 삼
십육개 줄행랑이니 ㅎㅎㅎㅎㅎ 저런 저런 긴 굴레수염 한 번 쓰다듬으며 고수의 도도함이 하늘을 찌른다, 여기는 중국 노래가 요란하게 울려 퍼지는 8층 누각이다. 어디선
가 힘깨나 써 보이는 작자들이 계집들을 품고 마작을 하고 있으렸다. 이런 광경에는 안중에도 없는듯 남루한 장삼을 걸친 팔척 장승만한 키를 가진 흑두건이 납시었다.
주방에서 일하던 삽살개 무리들은 좋지 않은 예감을 눈치채고 뒤가 마렵다고 슬금슬금 꽁무니를 빼버리고. 오늘 소판돈을 허리춤에 꽤차고 오만방자하게 여흥을 즐기는
애꾸눈은 반 술이 되었는듯 오늘 한 판 붙어 보겠다는 심산이다. 하기사 요 며칠 장날마다 이곳에서 개폼잡으며 날아온 거릉뱅이 같은 무리들을 서너번 한 주먹에 날려
버렸으니 기고만장한 애꾸눈 아니겠는가? 이윽고 흑두건 눈썹이 찡긋하더니 무림의 고수답게 탁자에 발을 터억 걸치면서 "여보게 여기 술 한 잔 따르게나" 이건 점잖은
말 같지만 싸움을 거는 수작이다.
이때 애꾸눈 커다란 주발에 술을 따른다. 한 손으로 철철철 넘치게 계속 따른다. "이런 어디서 배워 먹은 주법이여 개 호랑말코 같으니라구" 흑두건이 중얼댄다. 애꾸눈 더
재미있어 하며 이제는 아주 대 놓고 " 이넘아 네 눈에는 뵈는게 엄냐??" 오늘 제대로 임자를 만났겟다. 하하하 누가 누구에게 하는 소리인고? 둘 중에 한넘은 오늘이 바로
제삿날이렸다. 일촉즉발의 광풍이 엄습하여 숨조차 쉬기 힘들지경이다. 누가 먼저 공격을 할까? 모두들 숨죽여 두 사람만 바라 본다...." 야 이넘아 시방 머혀? " 애꾸눈의
선수다! 헉 우야믄 좋노!
다음에 계속
해 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