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배추 모종내기
(무. 배추 모종내기 2018.8)
무.배추 모종내기
지난 여름 들깨 심으려다 가뭄과 폭염으로 손을 놓치고 놀려 놓은 작은 밭이다. 밭에는 쇠비름이 주인 허락도 없이 떡하니 자리를 차지하고 누가 머라하는 이도
없어 온통 풀밭을 만들어 놓았다. 금요일 오후 작업은 시작된다. 어제 내린 비로 해갈은 충분하다. 농기계를 들이댈 필요도 없이 완전 수작업으로 괭이 두자루와
갈쿠리가 오늘의 도우미들이다. 먼저 쇠비름 제초작업이다. 이어서 골을 만들고 그 위에 비닐씌우기다.
날씨가 아직은 더운 계절이다.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히고 일욕심에 잠시도 쉴틈이 없다. 정성스레 무우와 배추를 심는다. 이번에는 거름도 넣고 물도 주고
작업을 마치고 바라보니 꽃동산보다 더욱 아름다운 풍경이다. 이제 이슬과 자연의 바람과 해와 달이 벗이 되어 밭과 어우러지면 된다. 옆 짜투리 구석진 땅에는
부추, 쪽파, 대파, 상추가 무우 배추의 이웃으로 엉덩이를 들이밀고 자리한다.
심어 놓은지 며칠 되지 않았지만 벌써 궁금해진다. 이 녀석들이 잘 자라고 있는지. 엊그제 비가 많이 내렸는 데 괜찮은지. 옆 가장자리에 울타리를 둘러야 할지
농심은 천심이다. 찬바람이 코끝을 스미어 오는 시월 즈음이면 무우와 배추 심어 놓은 밭의 그림이 달라질 것이다. 하늘이 푸르르다. 그 공간에 구름이 들락날락
띄엄띄엄 보이는 사람들의 손놀림. 백두대간 줄기타고 가을이 익어간다. 단풍이 몰려 온다. 하얀 백설의 눈꽃 잔치을 앞두고서.
구월이 오면 아버님 산소에 벌초도 하여야 하고, 어머님도 찾아 뵈어야 하고, 추석 차례도 지내야 하고, 귀염둥이 손주 두돌 행사도 있고, 산행 계획에, 지인 자녀
결혼식에, 친구 생일에, 초등학교 동창생들과 1박2일 여행에, 치과도 가야 하고, 배추밭에 약도 쳐야 하고, 밤나무 아래 깔개도 깔아야 하고, 작년 못다 심은 나무
도 심어야 하고, 고구마도 캐야 하고, 땅콩도 캐야 하고, 뒤안에 흙도 부어야 하고, 가을꽃씨도 뿌려야 하고, 축제도 가야 한다.
시와인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