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 wind 2017. 2. 28. 08:39

(거창 보해산 2015.7)


풀빵장수


네거리 한 모퉁이에 풀빵장수가 자리를 잡았다. 간판은 잉어빵집이다. 붕어빵집이 아니고 잉어빵집이라... 더 큰 빵을 굽는다는 의미인 모양이다.

붕어빵 세개천원이다. 붕어빵 장수 아주머니가 이빨도 덧니가 나고 생머리 차림에 풀빵을 굽는다. 갈때마다 반갑게 웃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생활에 찌든 모습은 발견하기 어렵다. 처음에는 이것도 상술인가 하였는데 아니다. 갈때마다 누구에게나 웃는다.


간판을 "함박웃음 풀빵집"이라고 하면 잘 어울리겠다. 풀빵을 먹어 보았는가? 풀빵 한번쯤 먹어 보았을 것이다. 그럼 풀빵을 구워 보았는가? 구워 본

사람은 드물다. 사람은 누구나 일을 한다. 일을 해야 한다. 자기일에 만족하는 사람, 자기일에 열심인 사람, 자기일에 정직한 사람, 비록 길 모퉁이에서

풀빵을 구워 팔지만 비싼 고급 의자에 앉아 누구를 사기쳐서 돈을 벌까 궁리하는 사람들과는 살아가는 차원이 다르다.


그냥 재미로 풀빵을 굽는다면 낭만 이겠지만 생계를 위하여 굽는다면 사정은 다르다. 눈물 젖은 풀빵을 먹어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생활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 자기손으로 자동차 문을 열지 않고 누군가 열어주는 문으로 타고 내리는 사람, 차려 놓은 밥상도 팅팅거리며 타박하는 사람이 

어떻게 풀빵을 구울 수 있겠는가? 풀빵은 아무나 굽나. 풀빵 굽는데도 기술이 필요하다.


1980년 겨울 이야기다. 배경은 흐름한 5층으로 된 변두리 연립주택 단층이다. 연립주택 평수가 13평 남짓한 작은 집이다. 집이라고 해야 부엌겸 거실이

있고 코딱지만한 가계가 달려 있는 집이다. 그래도 가계를 할 마음으로 이집을 어렵게 어렵게 구했던 아버님이다. 어느날 풀빵 굽는 기계를 사가지고

어머님께서 오셨다. 요즘의 기계는 부피도 작고 만지기도 아담하지만 예전의 풀빵 굽는 기계는 무대다.


풀빵 사이즈도 지금보다 훨씬 크다. 처음 풀빵을 구워보니 풀빵이 뚤뚤 뭉치고, 어떤때는 시커멓게 타고 풀빵도 아무나 굽는게 아니었다. 여러번

시행착오 끝에 노릇노릇한 풀빵이 탄생 하였다. 당연히 박수를 치고 만세를 불렀다. 풀빵이 잘 굽히던 날 예비군복 입고 아파트 공사장에 가서

모래 등짐 지고 철계단 오르던 그날이 생각난다. 지금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여도 별반 피부로 느끼지 못함이다.


해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