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산
산행차수 : 제304차...2010년 5월 부터
산행일시 : 2017.2.2 (음력 정월 초엿새)
산행지는 : 가지산 (해발 1,240 m)
산행코스 : 가지산터널 - 중봉 - 정상 - 운문령
산행거리 : 8 km
산행시간 : 5 시간
가지산 산행기
때는 바야흐로 2017년 2월 2일 음력으로 정월 초 엿새날이다. 가지산을 단돈 십만원에 옛날 옛적에 사 놓고 그동안 살기 바빠서 자주 찾지 못하고 오늘에서야
찾아 나섰다. 봉이 김선달은 대동강물을 팔아 먹었다고 들었는데 이몸은 가지산을 팔아 먹어야 할까 보다. 적당히 살 사람이 나타나면 그냥 본전에 팔아 보리라
마음 먹으면서 새해에는 아무래도 좋은일이 많이 많이 일어나 주기를 바라며 겨울 가지산을 오른다.
가지산은 해발 1,240 m로 경상북도 청도군과 경상남도 밀양시 울주군 일원에 솟아 있는 낙동정맥으로 일찌기 이곳을 영남알프스라 불렀으며, 그 최고봉이
바로 가지산이다. 가지산의 4계는 울산12경중 하나로 꼽힌다. 가지산 그동안 몇번 올라서 낮설지 않은 곳이다. 오늘의 오름 코스는 터널 아래에서 출발하여
중봉 - 정상을 거쳐 운문령으로 하산하는 코스다.
주인이 없는 틈에 없던 계단 데크도 생기고 오늘 보니 생소한 느낌마저 든다. 옛날 이 코스로 올랐던 때는 무척 가볍게 올랐던 기억이 나는데 오늘 코스는 생각보다
길고 경사도 심하다는 느낌이다. 겨울이라 나무들은 옷을 모두 홀라당 벗고 가지만 근육자랑을 하고 있었다. 이 코스는 철쭉 군락지가 있는 곳이다. 26만여그루의
철쭉이 자생한다고 하니 그 규모가 방대하다. 옛날에 십만원에 판 사람은 아깝지도 않은지 그 뒤에 아무런 연락도 없다.
겨울 산행은 역시 눈이 와 주어야 제맛인데 눈 없는 겨울산행이라 조금은 허전하다. 그러나 시야가 툭 트여서 멀리까지 조망이 아주 시원시원하다. 덕분에 산맥들
모듬을 구경하는 뽀너스까지 받으니 기분이 업된다. 눈 없으면 어떠하랴. 대신 쌩쌩 불어오는 겨울바람이 있지 않은가? 바람 소리도 우렁차다. 배낭에서 여벌옷을
꺼내 입으니 견딜만하다. 오늘 산행 바람산행이다. 바람 소리가 제트기 소리다. 하늘은 백옥처럼 맑아 태양만 보아서는 봄 햇살 같다.
길고 긴 산을 이리저리 오르고 또 오르고 표고가 조금씩 높아 갈수록 전망은 빼어나다. 멀리 있는 남의 나라 산이 아무리 좋다한들 오고 싶으면 언제든지 자유로이
올 수 있는 가지산만 하랴? 가지산 정상이다. 바람이 얼마나 세차게 불었는지 태극기가 반쯤 날아가고 반쪽 태극기가 펄럭인다. 혹시 다음에 오게 되면 태극기나
새걸로 바꾸어 달아 주어야겠다. 주인장으로서 조금 미안한 생각이다.
흔들리는 손과 호흡을 가다듬어 동영상을 찍는다. 가지산 정상석은 영남알프스 어느 산보다 아름답다. 청도산악회에서 세운 표석이다. 세찬 골바람이 오래 머물기
를 거부한다. 왔던길로 하산할까 하다가 온길이 너무 길어서 운문령으로 하산이다. 운문령 하산길은 응달진 곳이 많아 녹지 않은 눈과 얼음이 남아 있어 조심조심
하산이다. 쌀바위 너른 데크에서 잠시 휴식을 갖고 다시 하산길이다. 시간은 오후 네시를 넘겼다.
여기서부터 석남사 방향으로 가도 되지만 역시 급경사에 코스도 길어 임도를 따라 하산이다. 아 그런데 쌀바위부터 운문령까지 포장도로 정말로 힘든 코스다.
거리도 한시간 반은 족히 걸린듯 하다. 새해 첫 산행으로 오른 겨울 가지산 산행 고생도 되었지만 오랜만에 산행다운 산행을 하여 마음이 흡족하다.
내일 모래 토요일이 입춘이다... 立春大吉 建陽多慶 ... 입춘이 되니 크게 길하고 볕이 찾아 드니 경사가 겹쳐서 오리라!
해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