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6 순천)
동간공
경상도 원학동 고을에 효성 지극한 서생이 살았다. 서생의 나이 열일곱이라 그동안 서당에서 불철주야 학업에 전념하여 한양에 과거 보러 가는 날이다. 짚신 몇 켤레를 개
나리 봇짐에 매달고 길을 나선다. "어머님 다녀 오겠습니다" "오냐 아무 걱정말고 잘 다녀 오너라" 남루한 옷차림의 어머니는 아들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든다. 멀
고 험한 길을 걷고 걸어 당도한 한양 과거장이다. 서생들이 옆으로 열 뒤로 열씩 줄지어 앉아 방이 붙기만을 기다린다.
소란하던 과거장에 시험을 주관하는 관복을 입은 관리들이 들어온다. 침묵의 시간이 흐르고 앞에 걸린 방에 흰 종이가 올라가고 오늘의 시제가 발표된다. "淸風明月" 넉자
가 굵은 서체로 펄럭인다. 먹을 갈고 자세를 바로 잡고 모두들 시상에 잠긴다. 글은 마음의 표출이다. 글이 삐뚤고 글이 크고 작고 고르지 않으면 마음이 바르다 할 수 없다
글자 획수를 더하거나 빼서도 안 된다. 내용 또한 중요하다. 기품이 있으며 의미가 깊고 편안한 글을 상글로 평가한다.
과거가 1년에 딱 한 번이라 낙방하면 또 다시 다음을 기다려야 한다. 그러니 마음의 긴장은 더욱 커져만 간다. 평소 잘 알던 문귀가 알쏭달쏭 하기도 하고 마음이 급하여 중
요한 핵심을 빠뜨리는가 하면, 시험당일 건강도 중요한 변수다. 과거는 먼저 자기와의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 흔들림 없이 자신감을 가지고 임해야 한다. "그만~ 그만하시
오~" 시험관의 구령이 떨어진다. 자리를 툭툭 털며 일어나는 서생들이 시끌시끌 대문을 빠져 나간다.
사흘뒤 경회루 담벼락에 방이 붙었다. 세로로 한 사람씩 급제한 사람 이름이 올랐다. 경상도 원학동 現賢서생 장원급제라...모두들 부러워 한다! "現賢서생은 나와 임금님
께 절을 올리시요" 일순간 정적이 흐르고 당당한 체격에 잘 생긴 現賢서생이 임금님앞에 머리를 숙이고 공손히 큰절을 올린다. 임금님께서 친히 홍패와 장원급제 합격증을
하사 하시니 경사로다! 과거 보러 오는날 어머님께서 너의 태몽은 용꿈이라 이번에 꼭 장원급제 할 것이다 하셨다.
해 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