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리산
속리산....법주사, 정2품송, 말티고개, 문장대....속리산 하면 떠오르는 단어들이다.
오늘은 속리산으로 여름내내 집 수리한다고 고생하였는 데 가보기로 하고 일찌감치 참석 댓글을 올리고 화요일을 기다린다. 오랜만에 떠나는 화요산행이라
수학여행가는 고교생처럼 들뜬 마음이다. 알람은 05시30분이다. 정관에서 버스를 타려면 이정도 수고는 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속리산 처음 가는 코스다. 산악회 버스 타고 가는 산행. 예전에 보았던 분들과 재회하는 즐거움과 새로이 만나는 분들과 친구됨이 또한 즐겁다.
산악회 참여와 기여도가 적어서인지 아니면 미움을 받았는지(그냥 농담입니다 ^^) 처음 다솔 왔을때보다 자꾸 좌석이 뒤로 가더니 드디어 이제는
좌석이 맨끝줄에서 두칸 앞이다 ㅎㅎ 에이공 그러면 어떤노 그기 무슨 대수라꼬 하늘처럼 바다처럼 넓은 맴을 가진 해풍에게는 암일도 아닝깨(^&^)
사설은 이쯤에서 접고 오늘 산행이나 해 볼랍니다.
날씨는 비예보로 습도가 높아 꼭 중국 날씨 같다. 텁텁허니 안그래도 홍당무 얼굴에 또 한 번 붉은색으로 덫칠을 하니 몰골이 얄궂다. 머리에 손수건 하나
질끈 동여매고 처음에는 기세 좋게 일수 행님 뒤를 따라가지만 곧바로 가봉님과 산머루님이 앞으로 치고 나가고 돌계단은 완전 지옥계단이다.
뒤에서 커다란 카메라 메고 오르는 커플팀(닉은 몰라용ㅋ)이 사진 찍느라고 있어 안심이 되더만 그마저도 추월당하고 혼자서 쌕쌕이를 삶아 먹었는지
숨소리가 기차 화통소리마냥 크다. 콤파스는 짧고 그래도 오기 하나는 있어 속으로 하나, 둘, 셋, 넷, 세면서 계단을 오르고 또 오른다. 점심시간을 훨 넘긴
시간 배는 고프고 목은 마르고 돈 들여 사서 하는 고생치고는 제법 고상하다.
12시 땡하면 점심 먹는 습관이 있어 더더욱 그렇다. 주차장에서 문장대까지 3.2km 두어시간 걸려 문장대에 올랐다. 모두들 내려오는 시간에 뻘뻘거리며
오른다. 아까운 장면 하나라고 찍어야지 언제 또 올지 모르니까. 사진 찍는 그 순간 숨을 참고 스마트폰 셔트를 누른다. "안오나아~~~~" ....익히 듣던 음성
이다. 바로 일수 행님 목소리다. "예 갑니당" 밥 먹는 시간 3분이다. ㅎㅎ 군대도 안 이르는디
"쪽바로 천왕봉 쪽으로 오이라" 하고는 휘리릭 달아나 버리니 주섬주섬 먹던 식탁을 치우고 "가입시다 빨랑 가입시다" 산머루님을 재촉한다.
천왕봉으로 향하는 곳곳마다 멋진 암릉이 걸음을 멈추게 한다. 가야산 만물상이 여성스럽다면 속리산은 남성스럽다. 그 암릉의 크기가 그렇다.
가을이 되어 단풍과 어우러지면 더욱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며 달리고 또 달린다.
너무 많이 걸어서일까? 빨리 걸어서일까? 허벅지 근육이 뭉치는 기분이 든다. 손으로 만져보니 무슨 알밴 느낌이다. 아하 오버페이스구나 얼른 일수행님께
알린다. 사실 억지로 가면 갈 수도 있었지만 혹시 하는 마음과 혼자 걷기 싫어서 쪼매 엄살도 부렸다.ㅎ 무슨 특효약이라 하더니 스프레이로 치익 치익
뿌려준다. 얼얼하다. 그래도 기분이 한결 좋다. 다시 천왕봉으로 산행은 계속되고
천왕봉 가는 300m 앞 삼거리에서 바로 하산길을 택한다. 하산길 4km 쉬엄쉬엄 안심산행 길은 외길이라 어렵지 않다. 촌사람 답게 여기저기 기웃기웃
버섯 났나 보니 아직은 이른지 맹탕이다. 2017년 9월 5일 (화) 오전 8시 부산을 출발하여 밤 10시20분경 부산에 도착하였다. 오늘 하루 어떠셨습니까?
가을의 시작 9월의 문턱에서 오륙도관광버스 타고 속세를 잠시 떠나 오른 속리산 산행 즐거웠습니다.
속세라... 세상만사 마음먹기 나름... 일체유심조라. 가벼운 소주 한 잔에도 금방 어우러지는 친근함이 있어 좋습니다. 바람 한 줄기, 비 한 줄기,
구름 한 줄기, 함께 살아가는 벗이요 친구라... 연인, 편지, 단풍, 결실, 여행이 생각납니다.
주말에는 날씨가 화창하다고 하니 더 좋은 여정 이어 가십시오^^
해풍